"이상향이 무슨 뜻인지 알아?"
어두운 공간. 암흑에 뒤덮였다기보단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듯한 공간 속에 괴이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. 왕의 위엄을 지니고 있으면서 장사치의 교활함이 배어나는 목소리. 딱히 누구에게랄 것 없는 은근한 목소리. 익히 들어본 것 같으면서도 낯선 이방인의 목소리.
"물론 알고 있겠지. 모두가 평등하고 모든게 풍족한 세상. 그런 책도 있잖아. 자기가 직접 유토피아를 봤다는둥, 그 곳엔 꿀과 젖이 흐른다는둥, 어쩌구 저쩌구."
책 덮이는 소리가 났다. 발소리도 들리는 것만 같았다.
"그런데 이상향이 진짜로 뜻하는게 뭔지 알아?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야. 그런 사회가 존재할 수가 없다는 걸 믿는게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겠지? 네가 만들어가겠다느니 뭐니 해도 난 별 상관을 안 하겠지만."
그의 말을 끝으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. 마치 그 공간이 하나의 방이고, 말을 하던 사람이 그 방을 나간 것처럼. 그러나 저 벽 너머에 있을 그 사람의 말은 이어졌다.
"이상향의 반대가 절망향이란 건 알지? 멍청이가 아니면 알겠지. 절망향이 구체적으로 어떤지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을 테니."
그 사람이 다시금 말을 멈추었다.
"그런데 웃긴 건,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는 거야. 절망향은 단지 불행한 곳이어서 붙은 이름이 아니야. 말 그대로 '이상향의 정반대'거든. 곧, 어디에도 없는 곳의 정반대란? 어디에나 존재하는 곳이야."
그가 발작적으로 웃음을 터뜨렸다. 굉장히 호방하면서도 조롱이 가득한 웃음. 인간의 웃음소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유쾌함을 유발하는 웃음이었다. 그러나 그 웃음소리가 그침과 동시에 모든 행복감이 불쑥 나타났던 것처럼 사라졌다. 그리고 공허한 가운데 검은 빛을 내뿜는 주먹만한 크기의 구슬이 어느 샌가 나타났다.
"내 말을 못 믿겠나?"
목소리와 함께 구슬이 미약하게 진동했다.
"그럼 이제부터 보여주지.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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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금도 미약하긴 하지만
부족한 필력 조금이나마 상향시키고 왔습니다(...)
이걸로 세번째 재연재네요 하암.
이번엔 끝까지 갈듯 하네요.